音 이탈에 더 뜨거운 박수 ‘노숙인 악단’ - 동아일보
페이지 정보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6-12-05 09:58 조회6,589회 댓글0건본문
창단 6개월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 두번째 공연에 응원 쏟아져
지난달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 프랭크 시내트라의 ‘마이 웨이’가 울려 퍼졌다. 현악기 및 타악기 연주자 13명이 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김상돈 이사(45)의 지휘에 맞춰 트럼펫과 트롬본 등을 연주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연주자들의 모습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조금 달랐다. 검은색 보타이를 매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비뚤어져 있었고 일부는 머리도 덥수룩했다. 가끔 엇박자를 내는 드럼 소리와 ‘음 이탈’까지 들렸다. 하지만 김 이사는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연신 ‘그렇지!’라고 소리 없이 외치며 신명나게 지휘했다.
이날 무대에 선 단원 13명 중 9명은 자활센터 ‘보현의 집’에 소속된 노숙인들이다. 나머지는 강사인 유성희 씨(44·여), 송현주 씨(41·여) 그리고 이규상 영등포구 사회복지과 주무관(46) 등이다. 이 무대는 올 6월 창단한 홈리스 오케스트라인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이들은 이날 열린 ‘자활시설인과 함께하는 어울림한마당’ 행사의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진) 역할을 맡아 ‘마이 웨이’와 다섯손가락의 ‘풍선’,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을 연주했다. 대부분이 각종 자활센터 소속인 관객들은 이들의 조금은 서툰 연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는 박기웅 보현의 집 자활센터장(41)과 영등포구가 노숙인의 자활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 구성했다. 사업비는 한국마사회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다. 이 주무관은 “노숙인 자활의 핵심은 일자리 제공과 정서적 치유”라며 “합주와 공연은 바닥으로 떨어진 그들의 사회성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트럼펫을 부는 김민수(가명·49) 씨는 서울 시내 한 대학가의 번듯한 중국음식점 사장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가게가 망했고 노숙인 신세가 됐다. 그는 박 센터장의 수차례 설득 끝에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해도 된다”는 약속을 받고 참가했다. 김 씨는 “트럼펫을 힘들게 연습하다 처음으로 원하는 소리가 나왔을 때 잊고 있던 희열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 김 씨는 늦은 밤에도 피스(관악기에서 입으로 부는 부분)를 물고 근처 공터에서 홀로 소리내기 연습을 하는 ‘노력파’가 됐다.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아트홀에서 열린 ‘자활시설인과 함께하는 어울림한마당’ 행사에서 노숙인 9명 등 13명으로 구성된 홈리스 오케스트라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공연을 하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연주자들의 모습은 다른 오케스트라와 조금 달랐다. 검은색 보타이를 매고 있었지만 하나같이 비뚤어져 있었고 일부는 머리도 덥수룩했다. 가끔 엇박자를 내는 드럼 소리와 ‘음 이탈’까지 들렸다. 하지만 김 이사는 얼굴 한 번 찌푸리지 않고 연신 ‘그렇지!’라고 소리 없이 외치며 신명나게 지휘했다.
이날 무대에 선 단원 13명 중 9명은 자활센터 ‘보현의 집’에 소속된 노숙인들이다. 나머지는 강사인 유성희 씨(44·여), 송현주 씨(41·여) 그리고 이규상 영등포구 사회복지과 주무관(46) 등이다. 이 무대는 올 6월 창단한 홈리스 오케스트라인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공연이었다. 이들은 이날 열린 ‘자활시설인과 함께하는 어울림한마당’ 행사의 헤드라이너(주요 출연진) 역할을 맡아 ‘마이 웨이’와 다섯손가락의 ‘풍선’, 에드워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 등을 연주했다. 대부분이 각종 자활센터 소속인 관객들은 이들의 조금은 서툰 연주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보현 윈드 오케스트라는 박기웅 보현의 집 자활센터장(41)과 영등포구가 노숙인의 자활 의지를 북돋아 주기 위해 구성했다. 사업비는 한국마사회 사회공헌사업을 통해 지원받았다. 이 주무관은 “노숙인 자활의 핵심은 일자리 제공과 정서적 치유”라며 “합주와 공연은 바닥으로 떨어진 그들의 사회성과 자존감을 끌어올리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의 사연은 다양하다. 트럼펫을 부는 김민수(가명·49) 씨는 서울 시내 한 대학가의 번듯한 중국음식점 사장이었다. 하지만 대학이 다른 곳으로 이전하면서 가게가 망했고 노숙인 신세가 됐다. 그는 박 센터장의 수차례 설득 끝에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해도 된다”는 약속을 받고 참가했다. 김 씨는 “트럼펫을 힘들게 연습하다 처음으로 원하는 소리가 나왔을 때 잊고 있던 희열이라는 감정을 느꼈다”고 말했다. 요즘 김 씨는 늦은 밤에도 피스(관악기에서 입으로 부는 부분)를 물고 근처 공터에서 홀로 소리내기 연습을 하는 ‘노력파’가 됐다.
취미로 기타를 쳤던 이만호(가명·42) 씨는 단원 모집 소식을 듣고 평소 해보고 싶었던 드럼을 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강사나 관객들이 자신을 어떻게 볼까 두려웠다. 이 씨는 “연습이나 공연 때 선생님이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게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드럼을 가르치는 유 씨는 “처음 강사를 제안받았을 때 노숙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며 “막상 가르치다 보니 진지하게 연습에 몰입하고 지칠 때는 짜증내는 모습이 그냥 동네에서 볼 수 있는 ‘오빠’와 다를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여 3, 4시간 합주 연습을 한다. 아바의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공연 레퍼토리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한 단원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며 “여러 곳에서 아낌없이 받은 도움을 서툰 연주로라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이들은 매주 수요일에 모여 3, 4시간 합주 연습을 한다. 아바의 ‘아이 해브 어 드림’ 등 공연 레퍼토리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 한 단원은 “일주일 중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라며 “여러 곳에서 아낌없이 받은 도움을 서툰 연주로라도 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