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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요? 나 좋자고 합니다” 보현의집 자원봉사자 윤홍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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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9-01-17 11:07 조회7,11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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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노숙인 사회복지시설 서울시립영등포보현의집. 월요일 아침 일찍부터 급식 봉사를 위해 보현의집에 출근 도장을 찍은 윤홍자(77) 씨가 고기 삶는 일을 멈추고 두 팔을 저으며 달려 나왔다. “아이고 민망해라. 남이 아니라 나 좋자고 하는 일인데, 누가 보면 웃어요~”라며 민망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녀에게 ‘자원봉사 누적, 2만 시간’이라는 말부터 꺼냈다. 

윤 씨는 1998년 조계종 자원봉사단에 들어와 어르신 복지시설인 자제정사에서 목욕봉사로 시작해 2001년부터 영등포 내 복지시설에서 노숙인과 장애인을 위한 조리 및 배식, 이미용 봉사를 시작했다. 그 횟수가 4900회, 햇수로는 21년이 넘는다. “즐겁고 재미있어 계속 하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그리 흘렀나보다”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가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사고도 많고 힘든 일도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그만두고 싶은 마음은 한번도 들지 않았다”며 어렵게 입을 뗐다. 

거친 일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던 그녀가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길거리 광고 전단 떼는 일도 마다하지 않게 된 건 20년 전 부터다. 넉넉지 않은 살림살이였지만 택시 운전을 하며 살뜰히 아내를 보살피던 남편 덕에 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살았다. 아이들 대학 보내고 여유로운 노후를 앞두고 있던 1997년, 함께 삼사순례를 떠난 도반이 “조계종 자원봉사단이 있는데 아무나 가입할 수 있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고. 

“이래 보여도 고생 하나 안하고 살았죠. 이렇게 먹고 살기 힘든 세상에 내 손으로 생활비 한번 안 벌어봤으니까요. 그래서 봉사를 처음 시작했을 때만 해도 ‘아무 재능 없는 이런 나라도 괜찮을까?’ 덜컥 겁이 났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계속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부모님을 일찍 여의어서 그런지, 어르신들 모시는 일을 하며 첫 봉사 활동을 좋은 인연으로 시작한 것 같아요.”

이타적 삶을 시작하면서 곱디 고운 손은 하루가 다르게 거칠어졌다. 멀쩡하던 몸도 여기저기 망가졌다. 지금이야 환경이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몇년전만 해도 봉사자 3명과 함께 하루 80인분, 도시락 30개를 오롯이 감당해야 했다. 아침 일찍 수백명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들며 바지런을 떨다 몸에 낸 상처만 수십개. 어느 날은 다리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퉁퉁 부은 발목으로 집에 돌아간 적도 있었다. 

“반찬을 나르다 발목을 삐끗했는데 그냥 접지른 줄 알았어요. 세상에나~ 그날 봉사를 끝내고 집에 갔더니 남편이 글쎄 다리가 왜 그러냐며 깜짝 놀라는 거에요. 알고 보니 뼈가 부러져 퉁퉁 부은 것도 모르고 종일 반찬만 나르다 온 거 있죠? 글쎄! 하하(웃음).”

지난한 세월만큼 훈장이 하나둘 아니다. 그녀 오른쪽 손목에 자리잡고 있는 10센치 길이 상처도 그 중 하나. 지난해 장애인 복지관에서 미용 봉사를 돕다 카트에 엉켜 넘어지는 바람에 뼈가 부러져 철심을 박은 흔적이다. 몇년전에는 배식 봉사로 돈가스를 튀기다 얼굴에 온통 뜨거운 기름을 뒤집어 써 응급실에 달려간 적도 있었다고. 곧 여든을 바라보는 나이, 매일 상처 가득한 모습으로 돌아오는 아내, 어머니를 보며 가족이 말리지 않냐 묻자 윤 씨는 “아이고~ 친구들하고 놀러갔다 다쳤다고 했지요. 그걸 그대로 말하면 쓰나” 호탕한 웃음만 내놨다.

‘행동은 덤벙대지만 한번 시작한 일은 끝을 봐야 하는 별로 좋지 않은 성격’이라는 그녀 말마따나 윤 씨는 17년 넘게 영등포 복지관들을 꿰뚫고 있는 터줏대감이다. 윤 씨가 회장으로 있는 영등보 봉사 모임 ‘보현회’도 그녀가 10여 년 전 만든 것. 17명 봉사자가 당번제로 관내 곳곳에서 배식, 조리 봉사를 하며 복지관을 순환한다. 

개인 봉사도 여념 없다. 윤 씨는 1년에 2번, 명절 때마다 폐식용유로 만든 비누, 참기름 등을  영등포사랑나눔푸드마켓에 기부하고 있다. 비누 1000개, 참기름 700병 등 때마다 개수는 다르지만 모두 사회생활 한번 해 본 적 없다는 그녀가 전봇대에 붙은 전단지 수거 아르바이트를 해 마련한 물품이다. 힘들게 대형 벽보를 떼어도 한 장당 쳐주는 값은 50원. 1년 내내 전단지 수거로 모은 돈 전부를 비누 만들고 기름 짜는 데 쓴다는 윤 씨는 “하나도 아깝지 않지만 처음엔 창피하고 쑥스러워 숨고 싶었다”며 “깨끗하고 좋은 마음으로 덤비면 세상에 못할 일 하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2만 시간으로 지난해 ‘2018 서울복지박람회’에서 우수자원봉사자 인증을 받은 후에도 윤 씨 생활을 달라진 것 없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노숙인 생활시설에서 주방 보조, 장애인 복지관에서 미용 보조를 한다. 

“봉사 활동 하는 시간이 제게는 절에 가서 기도하는 시간과 같아요. 매일 건강한 몸으로 봉사를 할 수 있어 늘 즐거우니 이만하면 지은 것에 비해 복도 많이 받았지요. 남들은 봉사 시간이 많다고 하지만 제게는 다 똑같은 하루에요. 사실 봉사 활동이 그리 거창한 일, 뭐 대단한 일 하는 거 아니거든요. 돈 없는 사람도 몸이 불편한 사람도 할 수 있는 게 봉사에요.”

“관심과 애정을 쏟아주는 것, 깨끗하게 목욕할 수 있게 돕고 따뜻한 밥 한 술 편히 먹을 수 있게 하는 것, 그 순간들이 세상을 조금 더 살만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윤 씨다.

이경민 기자  kylee@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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